[선언문] 2024년 3·8 세계여성의 날 116주년 기념 제주지역 여성대회 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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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주여민회 작성일24-03-11 14:56 조회1,72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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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폭력 없는 섬, 성폭력 없는 제주, 고치 만들어보게 마씀!
성평등에 대한 사회 전반의 백래시와 정부 주도로 ‘여성’과 ‘성평등’이 삭제되는 퇴행과 폭거의 시대입니다. 이 한가운데를 함께 살아내고 있는 시민 여러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명백히 존재하는 성차별과 폭력의 경험과 현실을 드러내고 더욱 거세게 성평등 사회로의 변화를 촉구하고자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성차별 존재 자체를 부인합니다. 성차별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성평등 가치를 남성과 여성의 싸움을 부추기는 정치적 이해 도구로 왜곡하고 있습니다. 혐오와 차별의 언어로 여성을 정치와 정책에서 지우고, 페미니즘을 왜곡하고 사회구조적인 모순으로 인해 발생되는 성차별을 부인하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언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각종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추진체계와 교육과정에서 ‘성평등’과 ‘여성’이 삭제되고 성폭력 예방 및 성차별 방지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며 여성의 삶은 더 위태로워졌습니다. 게다가 지난 2월 20일, 정부는 여성가족부 김현숙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였고, 대통령실은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정부조직법을 고쳐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밝히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다시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여성들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2022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한국의 젠더격차지수는 146개국중 99위입니다.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27년째 OECD 국가 중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채용에서부터 업무 배치, 승진으로 이어지는 노동시장의 성차별은 여성을 더욱 불안정한 위치로 내몰고 있습니다. 사회변화에 따라 점점 더 교묘해지고 심화되는 다양한 형태의 젠더폭력은 누구에게나 당연히 주어져야 할 존엄한 일상의 권리를 빼앗고 있습니다. 여전히 돌봄, 가사노동은 여성의 헌신에 의존하고, 여성이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거나, 공원에서 강간살해 당하기도 하는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여성이자 아동청소년,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로서 겪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차별은 더욱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3년 제주는 그야말로 젠더폭력의 온상이었습니다. 제주의 정치권에서 남성 정치인이 공직자의 신분으로 성매매에 가담하고, 가장 안전하고 보호받아야 할 학교에선 남성 고등학생에 의해 여자 화장실 내 불법촬영이 발생하여 여성들의 일상의 권리와 존엄을 빼앗기고, 온라인을 통해 여성 청소년들이 성 착취 현장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성을 구매한 남성 정치인은 사퇴했지만 제주의 정치권 내 여성폭력에 대한 인정과 성찰에 기반한 제대로 된 재발 방지를 위한 고민과 대책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성매매는 대한민국의 거대한 성착취 산업 카르텔 속에서 여성을 성상품화하여 수요자들의 구매에 의해 유지, 가능한 것이지 한 남성 성 구매자의 낮은 ‘윤리 의식’, 사생활 문제로만 취급할 수 없습니다. 또한, 도내 남성 고등학생에 의해 디지털 성폭력이 발생했지만 학교와 제주도교육청, 수사기관은 적극적인 수사와 피해자 회복을 위한 지원이 아닌 이 일을 축소 및 은폐하고, 소극적이고 미온한 대처로 피해자들의 불안과 분노를 가중시켰습니다. 불법촬영 문제가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인 젠더기반 폭력이라는 문제의 핵심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제주 공공기관들의 현저히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무능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근본적인 변화와 해결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2024년입니다.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일상과 일터가 지워지고 있습니다. 미온한 대처로 젠더폭력에 동조하는 남성 기득권의 구조가 바뀌어야 합니다. 성인지 관점으로 구조적 여성폭력에 대응하여 존엄한 일상과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무를 가진 국가와 지역은 헌법적 가치인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후퇴하는 여성·성평등 정책을 저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가부장제 자본주의·전쟁위기·기후위기 속에서 어떤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고 젠더관점을 견지하는 정치가 우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합니다.
퇴행은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그 퇴행이 성평등 사회 실현을 향한 우리의 열망과 전진을 막아낸 적은 결코 없습니다. 3.8 세계여성의 날의 기원이 된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루트거스 광장에서 생존권과 참정권을 외쳤던 여성노동자들의 외침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호주제 폐지, 미투 운동, 낙태죄 폐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매순간 싸워온 수많은 시대의 페미니스트들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며 성차별, 성폭력이 발생하는 구조에 끊임없이 저항하며 세상을 바꿔왔습니다. 다시 한 번 이 퇴행을 거듭하는 시대를 넘어 모든 시민의 삶에 평등과 존엄이 보장될 수 있도록 나아갑시다!
‘여성’, ‘성평등’ 삭제 말고, 성평등 정책 추진 체계 강화하라!
장시간 노동 근절, 성별 임금 격차 해소, 안전한 일터 보장하라!
구조적인 성폭력 대응으로 존엄한 일상과 권리를 보장하라!
구조적인 성차별 인정하고 디지털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와 사회 보장하라!
함께 나누는 돌봄과 차별 없는 복지, 실현하라!
여성주의 평화안보 구축하라!
차별금지법 제정, 모든 여성과 소수자를 위한 성평등 사회, 실현하라!
단결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라!
2024년 3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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